Chapter.3

컴컴한 밤, 강 위에는 배가 한 척 떠 있었다.

남자는 낚싯대를 들고 있었고... 다만 한 마리도 잡지 못한 모양이었는지 배에는 고기 한 마리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남자는 낚싯대로 이리저리 휘젓고 다니더니만 이내 다시 바늘에 미끼를 끼는 것을 보니, 허탕을 친 모양이다.

몇 번을 반복하더니만 번쩍하고 무언가 달빛에 비치더니 낚시꾼의 손으로 들어왔다.

그는 요리조리 둘러보더니 바구니에 조심스레 넣어놓은 뒤 육지로 돌아왔다.


남자는 잡아 온 것을 애지중지 키우기 시작했다.

그것은 하루가 다르게 사람의 몸으로 자라났다.

남자는 여자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보여주며, 자신의 지식을 알려주었다.

그녀는 남자가 말을 할 때면 고개를 끄덕이며 남자의 눈을 바라보다가도 마주치면 부끄러워서 못내 눈을 피하고 말았다. 

그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여자는 남자에게 빠져들었다.

남자가 자고 있다면 감은 눈을 바라보며 머리칼을 쓰다듬고, 무언가를 쓰고 있다면, 그 등에 기대어 심장 소리를 듣고 있었다.

서로의 심장 소리가 다른 채널로 이루어져 있다가 하나로 될 때면 여자는 배시시 웃었다.


남자는 침대에 있을 때 여자에게 좋아한다고 말해주었다. 좋아한다는 말이 듣기 좋아서 어떤 날은 침대에만 있기도 했다.

가만히 서로를 껴안고서 있다 보면... 

남자는 창고로 들어가 병 안에서 고치를 꺼냈다. 여자는 그게 무엇인지 궁금해했다.

그는 고치를 손에 쥐여주며 한 번 먹어보라 했다.

여자는 남자를 보며 망설이다가 혀를 가져다 대었다. 그것은 혀에 닿자마자 사르르 녹아서 은은하게 단맛이 났다.

여자가 무엇이냐고 묻자 남자는 그냥 웃을 뿐이었다. 


사람의 태도가 바뀌는 것을 알 때는 언제인가? 그것은 쉽게 알아챌 수 있기에 빠르게 공포를 가져온다.

여자는 남자가 침대에 머무르는 시간이 짧아지자 서운해졌다.

남자는 책상에 앉아있거나, 밖으로 나갔다. 밤이 돼서야 침대에 누워 여자를 껴안았다.

그녀는 남자가 없을 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있었다.

그날 밤은 남자가 아예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여자는 남자가 돌아오자 그에게 쏘아붙이듯 캐물었다.

남자는 여자가 귀찮았는지 대꾸하지 않은 채 책상에 앉아선 자기 할 일을 묵묵히 진행했다. 

여자는 눈물이 났다. 눈물이 남에도 불구하고 그를 쏠 듯이 노려보며 말을 했다. 어디 갔었냐며.

남자는 그런 여자가 지겹다는 듯이 한 번 보고는 대꾸도 하지 않았다.

남자는 짐을 챙겨 밖으로 나갔다. 그녀는 그런 그를 잡으려 일어나다가 침대에서 떨어져 굴렀다. 

여자는 절망에 가득 차서 울고 또 울었다.

자신을 데려와 언제나 사랑한다고 말해놓고선, 쉽게 질렸다는 눈으로 여자를 바라보는 남자를 떠올리며.

여자는 남자가 자신을 만진 손으로 다른 사람을 만진다는 것이 괴로워 자신의 몸을 긁기 시작했다.

피부가 빨개지고 손톱은 점점 연약한 살을 파고들어 피가 나기 시작했다.


여자는 지쳤다. 지친 마음 상태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차라리 남자가 보이지 않는 곳으로 숨고 싶었다.

여자는 걷지 못하는 다리를 질질 끌면서까지 작은방으로 들어가려 애썼다. 

방에 들어오고나선 힘이 빠져 그 자리에서 누워버렸다. 여자는 표정도 짓지 못한 채 힘없이 중얼거리기를 반복했다.


내가 왜 싫어진 거야? 나보다 다른 사람이 좋은 거야? 왜? 이제는 내 얼굴조차도 보기 싫은 거야?

내가 왜? 내가 왜? 내 몸이 싫어진 거야? 내가 왜? 내가 왜? 내가 왜? 왜? 내가 질렸던 거야? 왜?

왜? 왜? 왜? 재미가 없었던 거야? 왜? 왜? 내가 너의 무언가를 무너트린 거야? 왜? 뭐 때문인데?

내가 뭘 잘못한 거야? 왜? 왜? 왜? 내가 너에게 상처를 줬던거야? 왜? 내가 왜?


자신을 스스로 자책하며 여자는 피가 마르지도 않은 몸을 다시 긁었다. 아프다는 생각도 없이 피는 바닥에 맺혔다. 나는 그에게 쓸모없어진 걸까... 나는 더는 다른 사람에게는 갈 수 없는데... 그 사람뿐이었는데.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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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컴한 밤, 강 위에는 배가 한 척 떠 있었다.

남자는 낚싯대를 들고 있었고 그는 낚시가 끝나자 육지로 돌아왔다.

낚시꾼은 집에 들어와선 바구니에 있던 것을 좀 더 큰 곳으로 옮겼다.

그리곤 조그맣게 마련되어 있는 방에 들어갔다.

커다란 고치가 방구석에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그는 고치 앞에 앉아 고치를 군데군데 뜯어내기 시작했다.

그 행위를 계속해서 반복하니 깨끗한 색상들이 점점 거메졌다.

남자가 거메진 고치를 거침없이 뜯어내자 고치 안에 들어있던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마치 뼈처럼 보였다.

그는 고치의 깨끗한 부분을 모조리 발라냈다. 더러워 보이는 것들은 쓰레기로 분리해두었다.

고치를 바르고 남은 것은 앙상한 여자의 몸이었다.

그는 여자의 몸을 들어서 집 밖 언덕에 내던졌다.

여자는 대굴대굴 구르더니 결국 어느 한 군데에 멈추어 덩그러니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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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집에 돌아왔다.

방안을 살펴보다 없는 것을 확인하곤 작은방으로 들어갔다.

그는 또다시 양동이에 하얀 고치를 모으기 시작했다. 조만간 다시 강으로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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